[탐방] 참빛도시가스, 동해안 최북단 에너지 복지 1번지를 가다
2025-06-19


 

-도시가스 보급률 속초 86% vs 고성 13%균형있는 에너지 공급시동

-24시간 상황실·다중 모니터링 체계지자체형 안전관리의 모범

-가스사고 예방부터 연료비 지원까지지역사회와 함께 가는 에너지기업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束草市) 미시령로(彌矢嶺路) 3198번지. 물빛 찬란한 동해의 푸른 파도와 우뚝 솟은 설악산의 준봉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이곳은 강원 속초의 심장부이자 강원 동북부 에너지 허브로 성장한 참빛도시가스. 과거 미시령 고개는 높고도 험준해 명사수의 화살이 미치지 못할 정도라는 유래가 전해져 온다.

 

1993동아속초도시가스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이 회사는 지난 30년간 속초·고성·양양 3개 시군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며 강원 제4권역의 가스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다. 산업용 도시가스보다는 소도시와 농어촌 중심의 보급형 모델을 택한 이 회사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인구 구조, 관광 숙박업 중심 경제적 여건에 맞춘 맞춤형 공급전략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2014, ‘참빛도시가스로 사명을 바꾼 이래 이 회사는 단순한 에너지 공급자를 넘어 지역의 생활환경과 맞닿은 밀착형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과거 LPG+AIR 방식의 공급(도시가스 전환기 모델)에서 LNG(액화천연가스)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며, 설비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했다. 특히 노후주택과 농어촌 중심의 소규모 단지까지 가스망을 확장함으로써 지역 내 에너지 형평성 실현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 업그레이드에 머무르지 않았다. 참빛도시가스는 사용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안전 점검·민원 처리·에너지 복지 지원 등 생활 밀착형 운영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신뢰받는 지역 기반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가스산업이 대형 공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민간중소사업자가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지역공동체와 상생하는 모델은 보기 드물다. 대형화·공기업 중심의 국내 가스산업 구조 속에서도, 참빛도시가스는 지방중소 에너지기업으로서 공공성과 효율성의 조화를 이룬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속초·고성·양양을 아우르며 강원 동북부 도시가스 인프라의 근간을 탄탄히 구축해낸 작지만 강한에너지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속초 시내 곳곳에 도시가스 배관망이 촘촘히 깔린 반면, 인접한 고성군이나 양양군은 여전히 빈틈이 많다. 2024년 현재 속초시의 도시가스 보급률은 86.6%에 이르지만, 고성군은 13.0%, 양양군은 26.4%에 그쳐 지역간 에너지 접근성의 격차가 여전히 뚜렷하다. 도시 중심부와 달리 인구밀도나 지형 여건이 까다로운 농어촌 지역일수록 인프라 투자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더디게 진행되어 온 것이다.

 

참빛도시가스는 이 같은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회사는 2025년 중 총 15개 구간, 6.8km에 달하는 배관을 새로 설치해 약 2318세대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속초 지역이 6(521m), 고성군이 4(4.5km), 양양군이 5(1.8km)으로,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부터 배관망을 확장하는 전략이 돋보인다. 이를 위해 총 44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그중 17억 원은 자체 자금으로, 나머지 27억 원은 국비 또는 지자체 보조 등 외부재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현장 담당자는 지형이 험하고 세대 수가 적은 지역일수록 단가가 높지만, 에너지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특히 고성군 아야진리, 양양군 손양면과 같은 미공급 지역에 대해선 국고지원과 자체투자를 병행해 보급을 확대중이라며 농어촌과 소외 지역까지 가스 안전망을 넓히는 것이 참빛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고성군 아야진리, 양양군 손양면 등 미공급 지역 현장을 둘러보면, 단순한 배관 공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사업은 단전·단수 대비 복구가 어렵고 위험도가 높은 도시가스의 공공인프라 확대라는 점에서, 주민 안전과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배관이 닿는 길목마다, 참빛의 작지만 묵직한발걸음이 남기고 있는 흔적이 분명해 보였다. 속초 본사 관계자는 도시가스는 단순한 연료를 넘어 지역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필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현장을 방문하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촘촘한 안전관리 체계였다. 참빛도시가스는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며, 정압기·차단밸브·배관에 대해 하루 최대 5회 순찰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 정압기의 원격 모니터링, 소방서 핫라인, 굴착공사 사전 입회, 비상소화장치설치 등은 전국 도시가스사 중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특히 20194월 고성·속초 대형 산불 당시, 참빛도시가스의 대응은 이 회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당시 산불이 도시 외곽 주거지와 가까운 배관망을 위협하자, 참빛도시가스는 전 직원 비상대응체제로 전환, 현장에 즉시 출동해 가스공급을 긴급 차단하고 주요 정압기·밸브시설을 사전 점검하는 등 2차 폭발 사고를 원천 차단했다. 이러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 공로로 국무총리표창(대한민국 가스안전대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경험은 지난 3월 경북지역 대형 산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당시 경북 안동·예천 일대에서 산불이 확산되자, 참빛도시가스는 비록 직접 공급권역은 아니었지만, 유관기관 요청에 따라 속초·양양 지역의 상황실을 즉시 대응 모드로 전환했다. 가스공사, 소방서, 자치단체 등과 구축한 핫라인 체계를 활용해 위험지역과 비상가스 차단구간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공급시설 모니터링 및 원방 제어 시스템을 통해 동해안 전역의 안전감시 체계를 가동했다.

 

또한 해당 시기 자사 지역 내 건조주의보와 강풍 예보가 겹치자, 전 직원이 출퇴근 시 배관순찰을 병행하고, 주요 굴착 공사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등 사전 예방 조치도 강화했다. 지역 정압기에 설치된 CCTV MOV(Motor Operated Valve) 원격조작 시스템도 이중 모니터링 체계로 운용되며, 잠재적 위협에 선제 대응하는 비상조기 감지 시스템의 일환으로 작동했다.

 

이처럼 과거의 위기를 교훈 삼아 대응 역량을 고도화한 구조는 단순한 매뉴얼 수준의 대응을 넘어선다. 참빛도시가스의 현장대응 체계는 오늘날처럼 자연재해와 복합위험이 상시화된 시대에, 중소 에너지기업도 재난대응의 최전선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가스공급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한 직원의 말처럼, 이들의 대응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

 

참빛도시가스는 매년 7200만원 규모의 연료비를 속초·고성·양양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60명에게 지원하고 있다. 한 사람당 매월 10만원씩, 1년간 총 120만원이 지원되며, 대상자는 윤번제로 재선정된다. 단발성 기부가 아닌 지속가능한 에너지 복지프로그램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은 지역 취약계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 복지시설에 보일러·내복·온수매트·가스건조기 등 생활 에너지 관련 용품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으며,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창호 및 단열공사도 지원하고 있다. “도시가스가 단지 연료가 아니라, 따뜻함의 형태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원칙입니다라는 현장 직원의 말에서 어떤 철학으로 일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교육사업에도 정성을 기울인다. 2008년부터 매년 형편이 어려운 지역 대학생 3명에게 총 600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장학생 중에는 현재 에너지 관련 학과로 진학해, “언젠가 참빛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이도 있다고 한다.

 

참빛도시가스의 사회공헌은 보여주기식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닌, 삶의 현장과 맞닿은 로컬 맞춤형 복지 모델에 가깝다. 작은 지역 도시가스사이지만, ‘참빛이라는 이름처럼 이들이 지역사회에 전하고 있는 것은 실질적인 온기와 연대의 빛이었다. 공공성과 민간효율의 균형을 모범적으로 실현하는 그들의 방식은, 다른 지역 에너지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의미있는 사례다.

용어 설명 :

 

· ‘LPG+AIR 방식의 공급’ = 액화석유가스(LPG)에 공기를 혼합해 도시가스와 유사한 연소 특성을 갖도록 만든 혼합가스를 공급하는 방식. 도시가스 배관망이 완전히 구축되기 전 과도기적 모델로 활용되었다.

 

· 고성·속초 대형 산불 = 201944일 저녁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되어 강한 바람(양간지풍)을 타고 속초시를 비롯해 강릉, 동해, 인제 등지로 빠르게 확산된 대규모 산불. 총 재산 피해액 약 1309억원, 2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수백 채의 주택과 축산 시설이 불에 탔고 넓은 산림이 소실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정부는 즉각 국가재난사태 및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며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발화 원인은 전신주 개폐기 불꽃으로 추정되었으며, 강풍으로 인한 급속한 확산으로 진압에 큰 어려움을 겪어 큰 피해를 남긴 대형 재난으로 기록되었다.